Project Fukuoka
5년 가까운 회사 생활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떠올린다면 '프로젝트 후쿠오카'일 것이다. 거창해보이지만 실은 같은 팀의 동료 엔지니어 동료들과 함께 (휴가를 내고)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던 일이다.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하며 다시 동료들과 해외 여행을 가볼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 같다. 마음이 잘맞는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기도 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동료의 퇴사를 대하는 태도
지금은 대이직시대다. IT업계에서 이제 1년이고 2년이고 같은 구성의 팀이 지속되는 것을 지켜보기는 불가능해진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이 잘 맞았던 프로젝트 후쿠오카 시절의 동료들과도 조직이동, 이직 등 여러가지 이유로 흩어지게 되었다.
처음으로 멤버 중 한명이 조직이동 소식을 공표했을 때는 솔직히 막막했다. 업무적으로도 많이 의지를 하고 있었던 분이고, 같이 일해오며 개발자 동료로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누구와 커피를 마시러 가나?
어쩌겠는가. 그 분 또한 열심히 고민해서 앞으로의 인생에 최선이 되리라고 판단되는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 결정을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설득할 수는 없고, 존중과 축하를 보내줘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저도 OO님처럼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근데 말이죠~"라면서 개인적 이기심을 조언으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축하를 보냈다.(감정적으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우리가 언제 어떤 이유로든 이별하게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시기가 찾아오면 기꺼이 축하를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연이어 프로젝트 후쿠오카 멤버들이 조직이동, 퇴사 소식을 전해올 때마다 축하를 보내주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프로젝트 후쿠오카의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훌륭한 엔지니어
예전에는 퇴사 후의 공백이 크다면 그만큼 훌륭한 엔지니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동료들을 여러번 떠나보내면서 느낀 것은, (흔히 얘기되는 대체 불가능한 엔지니어와는 다른 맥락이지만) 훌륭한 엔지니어일수록 부재시에 생각만큼 공백이 크지 않았다.
주니어 시절 팀에서 정말 뛰어난 엔지니어라고 생각했던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퇴사하시고 내가 업무를 이어받았던 적이 있었다. 워낙 규모가 있는 시스템을 이어받아 운영해야했기에 부담이 됐었는데 실제 닥쳐보니 생각만큼의 어려움은 없었다. 시스템이 완성도가 높았으며, 전체적인 아키텍처와 개별 기능에 대한 설명이 상세한 수준으로 문서화 되어 있었다. 또한 개발 과정의 히스토리, 테스트/운영을 위한 메뉴얼뿐 아니라 인수인계 문서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이슈와 장애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포인트까지 언급되어 있었다.
그렇다보니 내가 경험많은 시니어 엔지니어셨던 전임자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더라도. 시스템의 유지보수에 공백이 나는 상황은 오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2개월만에 추가 기능까지 개발해서 배포했다.
내가 퇴사한다면
언젠가 퇴사한다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동료들이 최소의 충격만을 받고서 내가 남긴 시스템을 쉽게 운영할 수 있었으면 했다.(하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보며 경탄해주기를 바란다.)
앞서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언젠가 우리가 이별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했는데, 물론 그건 나도 언젠가 현재 몸담은 조직을 떠나게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내가 떠난 이후에도 동료들이 '최소의 충격'을 받기를 원했다. 그래서 평소에 완성도 높은 하나의 체계를 만드는 것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기획 내용과 회의록 등 개발 과정 전반을 문서화하였으며, 개발 이후에는 아키텍처와 기능 흐름에 대한 설명, 테스트 시나리오와 방법 등을 문서화 했다. 시스템적으로는 높은 수준으로 자동화하고자 하였으며 특히 장애 내성과 감지에 신경써서 갑작스러운 이슈 상황에 대해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다. 또한, 테스트 코드를 촘촘히 작성하고 e2e 테스트 시나리오에 대한 문서를 남겨 추가적인 개발이 쉽도록 했다.
이렇듯 내가 떠나더라도 동료들이 내가 남긴 시스템을 차질없이 운영하고 발전시키는데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얼마 전 진짜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 동료들에게 퇴사를 공표하는 것은 언제나 유쾌한 과정은 아니지만, 훌륭한 퇴사(?)를 위한 준비를 나름 게을리 하지는 않았기에 내 업무를 동료들이 잘 이어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수 개월이 지난 지금, (전) 동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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