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의 김민재 관련 뉴스 기사 댓글. 김민재의 중국행은 네티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었다.
최근 김민재만큼이나 국내 축구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은 축구 선수도 없을 것이다. 이유는 명료하다. 중국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길게 써보자면, '병역혜택을 받아서 미래가 밝은 젊은 나이인데도 중국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김민재가 비난을 받는 이유이다. 하지만 김민재의 중국 이적은 정말 그렇게 잘못된 일일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 병역혜택은 이미 계산 끝
말 그대로다. 병역혜택은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성과에 대한 보상이다. 이미 계산이 끝났으며 김민재가 국가나 축구팬들에게 갚아야할 빚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일부 축구팬들은 '이러라고 병역혜택을 준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물론, 김민재는 아시안 게임에서 자신을 서포팅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해야겠지만, 그렇다고하여 김민재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이 팬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팬들이 그만큼 서포팅 해줬으니 김민재는 유럽을 가야한다.'
이것이 최근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논란과 다를게 무엇인가. 팬들은 김민재의 커리어와 미래를 두고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권은 전적으로 김민재에게 있다. 서포팅에 대한 댓가는 금메달로 치뤘으며 국가는 그에 대해 병역혜택이라는 보상을 줬다. 병역혜택은 앞으로 빅리그에서 뛰면서 더 국위선양에 힘써달라는 뜻이 아니다. 선수 생활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보상을 준 것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국위선양의 의무가 있다면 탁구 선수도 그래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누구도 금메달을 딴 탁구선수에게 빅리그행을 종용하지는 않는다. 단지 탁구가 인기가 없어서는 아니다. 애초에 그런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선수는 우승을 해서 금메달을 땄고 국가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줬다. 김민재는 더 이상 빚이 없다. 계산이 이미 끝난 문제이다.
2. 프로페셔널로서 더 많은 돈을 좇는 것이 왜 문제인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흔히말해 '돈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흔하다. 프로페셔널로서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 많은 보상을 받으며 회사를 옮길 경우 '능력있다'며 부러워하지 '돈만 밝힌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축구선수는 왜 안되는가. 김민재는 프로페셔널이다. 김민재에게 있어 축구란 팬들을 위한 자원봉사가 아닌 생계수단이다. 김민재가 설령 '돈'이라는 가치를 보고 팀을 옮겼다 한들 그러한 이유로 김민재를 비난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하지만 프로페셔널 축구선수인 김민재에게 축구는 생계수단이며 많은 보상을 원하는 것이 결코 조롱이나 비아냥 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3. 오직 유럽만이 도전인가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도전에 대한 개념, 철학, 가치는 다르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유럽이 아니면 도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리그라고 왜 새로운 도전이 아니겠는가? 새로운 리그, 언어, 문화, 환경에 부딪히는 것이 왜 도전이 아니겠는가. 축구팬이 정의하는 도전은 왜 오직 유럽만인 것인지 의문이 든다.
4. 왜 도전을 강요하는가
사실 축구팬들의 생각을 이해한다. '도전'의 관점에서 중국보다는 유럽이 더 야망있고 대범한 선택으로 보일 것이다.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왜 김민재에게 도전을 강요하는가. 도전은 했을때 박수받을 일이지만 도전하지 않는다고 하여, 혹은 대범한 도전이 아니라고 하여 비난받아서는 안된다.
까놓고 말해보자. 축구 팬들은 그저 안방에서 TV로 전세계 리그를 시청한다. 하지만 선수 당사자에게는 많은 현실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혹시 아는가? 김민재가 문화적인 이유 등으로 영어권 생활을 꺼려서 아시아권 생활을 유지하기를 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개인적인 가치관이 담긴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그저 팬의 입장에서 도전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으로 까지 보여진다.
축구팬들은 김민재가 열정, 도전정신, 야망이 없다고 비난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 아닌가. 기성세대는 공무원과 공기업에만 몰리는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며 열정, 도전정신, 야망이 없다고 혀를 찬다. 그리고 젊은 세대는 그런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부르며, 미래가 불투명한 현실에서 안정을 택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반발한다.
맞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왜 김민재에게는 도전을 강요하는가? 김민재가 지극히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들 비난받을 일인가. 특히나 당신이 도전정신과 열정을 부르짖는 기성 세대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젊은 세대라면, 왜 당신은 되고 김민재는 안되는가. 당신의 인생은 어디까지나 안정적이어야 하지만 왜 김민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인가.
5. 유럽에 가야 성장한다?
현실을 돌아보자. 아시아 출신 센터백 중 유럽 빅리그에서 성공한 선수가 한명이라도 있는가? 벨기에나 터키 등 유럽의 상대적인 변방 리그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았던 선수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우리 기억에 남을만큼 커리어적으로 성공한 선수는 없다. 김민재에게 있어 유럽 이적, 그리고 유럽에서의 성공은 전무에 가까웠던 역사를 새로 써내는 일이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이 어려운 일을 너무나도 쉽게 얘기한다. 유럽에서 처절하게 실패해서 유럽 변방리그, 중국, 중동 어디에서도 불러주지 않는 선수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선택에 대한 댓가와 책임은 축구팬이 아닌 김민재가 오롯이 지게 되는데 말이다. 당신이라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당신의 인생이라면.
나도 유럽 빅리그, 그 중에서도 EPL의 애청자로서 김민재가 유럽에서 뛰는 모습을 TV로 시청하고 싶다. 축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세계적인 리그에서 함께 뛰는 모습을 어찌 보고싶지 않겠는가. 때문에 나도 김민재의 중국행이 아쉬운건 마찬가지이며 축구팬들의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축구 선수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김민재를 존중한다. 그의 가치관, 인생, 그의 커리어이기 때문에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리고 다른 축구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러한 존중이 결여된 포탈의 댓글과 여러 축구 커뮤니티의 글들을 볼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
때문에 축구 팬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이제 김민재를 그만 욕하자. 너무도 충분했으니.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비는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할까 (2) | 2017.10.03 |
---|---|
새로운 피겨퀸 메드베데바에 화가난 한국 (2) | 2017.02.05 |